2004. 12. 11. 10:14 from 카테고리 없음
얼마전 몇 년을 같이 지내던 강아지가 죽었다.
잘 보살피지도 못하면서도 남한테는 맡기지 못한다는 어설픈 양심때문에, 더 큰 화를 불렀다.
이번엔 진짜 양심이 내 머리를 내리쳤다.
이 業을 어찌 씻을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동안 나의 생활은 그야말로 기능적이었다.
강아지를 보살피는 것도 그러했다.
보다 나은 삶이 찾은 것이 아니고, 기능화된 패턴으로 살아왔다.
좀 더 나은 삶, 나 뿐 아니고 나를 둘러싼 사람, 생명, 환경, 모든 것이 더 잘 살 수 있는 삶.
내 자신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만들어 간다면,
그래서 조금이라도 세상이 행복해진다면,
내게 남은 털끝만한 양심에도 조금은 위안이 될까.
어쨌든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행위는 모두,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산 자를 위한 것일 뿐이다.
위선이고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그래도, 나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하는 것 찾기"라는, 소박한듯 거창한 조금은 애매한 주제의 블로그를 새로 열기로 했다.
정치, 환경, 소비 등 삶에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과 생명을 위해 이익이 될 내용을 찾아 올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장이 되고자 한다.

블로그의 이름은 "無爲". "억지로 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강아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게몽]

+ 2008년 9월 10일 추가
본 글은 이 블로그를 개설한 후 처음 쓴 글로, 원래 작성일자는 2008년 7월14일이다.
다른 곳에서 쓴 글들 중 이 블로그 성격에 부합되는 글들을 제 시각으로 옮겨놓기 위해 부득이 이 첫 글의 작성일자를 인위적으로 조정한다.
조정한 날짜는 무위를 처음 입양한 날인 2004년 12월11일로 정했다.
Posted by 게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