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화여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다음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소통과 화합의 큰 정치를 시행할 것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사과
  •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여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
  •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미디어 법안을 철회
  •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와 대화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추진

[게몽]

+ 노컷뉴스

+ 이하 전문 (via 한국대학신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시국성명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한다.

이명박 정권의 집권 이후 계속된 억압적 통치는 대다수 국민의 우려와 저항을 불러일으켜 왔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인한 국민의 비통과 분노는 이러한 상황의 누적으로 인한 것이다. 그의 죽음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역사가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우려하게 만드는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다수 서민이 아니라 소수 재벌과 부유층, 권력층만을 위한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쳐왔고,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에 반하는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화합의 정치를 펼치려는 자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을 장악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그 이후의 과정까지 모두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부의 정책과 권력행사 방식이 사회적 합리성과 절차적 정의에 합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껏 많은 대가를 치루고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려 노력해왔으나,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듯 시대착오적인 공안정국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현 정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무차별 수사, 각종 집회의 원천봉쇄, 인터넷 글쓰기의 제한 등은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민주적 조치들이다. 공권력을 무리하게 투입한 결과 용산참사가 빚어졌지만 오히려 희생자들을 가해자로 내몰며 폭력진압의 사실을 호도하고 수사기록마저 은폐하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극심한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언론의 공익성을 훼손하는 것이 명백한데도 선진화와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소수 언론재벌의 언론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한 미디어방송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또한 특권층을 위한 교육정책을 강제하는 가운데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부당한 방식으로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검찰과 사법부 역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비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표적수사로 의심받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방식에서부터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함부로 언론에 공표한 것은 참여정부에 대한 정치적인 보복에 검찰이 함께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의심에 대한 공감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추모의 행렬에서 잘 드러난다.

또한 우리는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경쟁논리를 앞세워 국민 다수를 비정규직화하는 파견근로제의 확대와 같은 노동정책이 과연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 다수를 위한 것인지 묻고자 한다. 경제제일주의와 독선적 정책 추진은 정권의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온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이에 우리는 이 땅의 민주주의의 퇴행과 경직된 권위주의 사회의 도래를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소통과 화합의 큰 정치를 시행하라.

1.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사과하라.

1.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여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1.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미디어 법안을 철회하라.

1.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와 대화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

2009. 6. 9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일동


<참여 교수 명단>
강진옥, 강철구, 강태경, 김관묵, 김성현, 김성훈, 김영미, 김우식, 김찬주, 김혜숙, 나현, 남신우, 도재형, 마재신, 박경미, 박성수, 박찬길, 백지연, 서정원, 송영빈, 신하윤, 안창림, 양인상, 양종만, 오종근, 원용진, 유창수, 이규성, 이상화, 이승욱, 이승준, 이영민, 이인표, 이재돈, 이주희, 이준서, 이진, 장준, 장필화, 정문종, 정병욱, 정병준, 정하연, 천혜정, 최미경, 최성만, 최원자, 최재남, 최혜원, 한민주, 한자경, 홍백의(이상 52명)


+ 최성만 교수 일문일답. (via 오마이뉴스)

- 교수협의회도 시국선언 계획이 없다며 큰 관심을 안 기울이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이대가 움직이지 않는 대학이란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움직여 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인문대 교수들을 주축으로 해 서명지를 돌렸다. 그리고 교수들이 좀 늦게 움직인다. 4.19 때도 마지막에 교수들이 나섰지 않나.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출 방식 같은 것에만 관심이 있지, 이런 사안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 다른 교수들의 반응은 어땠나?

"생각보다 동참하는 분들이 많았다. 자연대, 공대 등에서도 서명에 동참하시는 교수님들이 여럿 계셨다. 내용이 너무 과격하다는 교수님도 있었던 반면 명백하게 하자는 의견을 내는 분들도 있었다"

 

- 준비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처음에는 연세대랑 같이 할까도 생각했었으나 인원이 적으면 안 하려고 했다. 옆에 있는 서강대도 45명이 했는데, 너무 적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 다행히 인문대 교수님들 20명이 발기인이 됐고 호응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낮 12시까지 들어온 것만 받기로 했다. 모두 52명의 교수님이 동참하셨다."

 

- 문안 내용이 과격해 동참하지 않은 분들도 있나?

"용어선택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많은 교수님들을 참여시키려면 문안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설프고 형식적으로 표현하기 싫었다. 그래서 강력하게 문안을 만들었다."

 

- 청와대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이대도 50명만 관심 있고 750명은 무관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같은 시기에 침묵하는 것은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함께 나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서명에 참여 안 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수님들이 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자연대도 참여하는데 사회대 교수님들의 참여가 없는 것이 아쉽다. 기능주의와 실용주의로 전락한 학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 영부인의 출신학교라는 특성도 있고, 학교 당국이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방금도 학생처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주시하는 것 같더라. 그렇지만 서명에 참여한 교수님들 모두 연구 활동에 열심히 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꼬투리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 앞으로 추가적인 계획이 있나?

"계속 움직임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서명한 교수님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한번 만들기로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민주화를 위한 교수 협의회(민교협)' 이대 분회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대에서 민교협 소속 교수는 현재 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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