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사태를 보고 정부의 변을 토대로 한예종의 구조 조정 지침을 가상해 보겠다.
한예종에 대해 이론과를 없애고 실기교육만 하고, 통섭교육은 중복 투자되어 있고 기초예술교육과 벗어나 있으니 중지하라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구성하자면,
  • 전국 국공립 대학의 모든 실기 예술 관련 학과는 중복투자 되지 않도록 한예종에 통폐합한다.
  • 전국 국공립 대학의 모든 예술 이론 관련 학과는 중복투자 되지 않도록 서울대학교에 통폐합한다.
  • 한예종은 예술 이론 교육없이 몸짓 발짓 손짓 소리짓만 배우도록 한다. 강의실에 앉아서하는 교육은 모두 폐지한다. (이것이 소위 '기초예술교육'이므로)
  • 타 국공립 대학에서는 이론 교육외 실기 교육 관련 예산 지원을 전액 삭감한다.
  • 아티스트-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려는 통섭교육은 카이스트에서 전담한다.
  • ...아님....다 없애?

말도 안돼는 소리.
'다양성''자율성'을 잃은 학교는 더이상 살아있는 학교가 아니다.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바로 지금 이순간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릇된 역사는 우둔한 자들에 의해 또 되풀이되고 마는구나.

[게몽]
Posted by 게몽 :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한예종의 황지우 총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압력에 사퇴를 발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교사에서 황 총장은 "한예종의 도약이 문화부 감사에 의해 완전히 봉쇄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식물상태에 빠진 총장직에서 앉아 있다는 게 더 이상 의미도 없고 나로 인해 본교에 몰려 있는 수압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오늘 (사퇴를)결심했다"고 밝혔다.[아시아경제]

어떤 듣보잡을 내세워 좌파 운운할 때부터 그 더러운 짓거리를 또 해대는구나 했더니, 결국 그렇게 되었다.
문화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한예종의 교육 정책을 이러쿵 저러쿵 간섭할 때부터 구리다 했더니, 결국 그렇게 되었다.

눈가리고 아웅이다. 표적감사가 아니라고 해도 누가 믿겠나. 그런 감사 결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한예종 총장의 징계를 요청한다는 발상 자체도 유치하기 그지없다.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한다던가.
이 정도 감사, 이 정도 징계 사유라면, 당장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을 특별 감사하라. 아마 징계는 고사하고 징역을 할 사유라도 당장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장도 미덥지 않는 사유로 쫒아내더니 한예종 총장마저 이렇게 내 몰면, 우리나라 예술계가 참 잘도 건강하게 크겠다.
유인촌에 대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으로서의 임무를 명백히 위배함으로써,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지대한 해를 끼친 점을 들어 즉각 파면 및 구속 수사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


아울러, 안타깝지만, 그 더러운 물에서 나와 다시 문단으로 돌아올 황지우 시인의 컴백을 열렬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서글픈 심정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게몽]

+ 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 한예종 황지우 총장 사퇴 기자회견문 [노컷뉴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직을 사퇴합니다.

참 이상한 감사였다.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문화관광체육부 감사실 감사를 받았는데 10명의 감사자들이 6주 넘게 투입된, 집중적이며 장기간에 걸친 이런 '융단폭격식 감사'는 학교 설립 17년 연혁 가운데 그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감사 후반기에 접어들자 이번 감사의 최종 도착지가, 1) 총장퇴진과 2) 한예종 구조개편을 겨냥한, 전형적인 표적감사라는 것이 노골화되었다.3월 초 문화부 모 국장이 학교를 찾아왔다.

총장 거취, 어떻게 할 거냐는 거였다. 나는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고, 언제든지 사퇴하겠다. 다만 여기가 학교다. 3200여명의 학생이 있고 그 학부모들이 계시고 4년간의 교육을 믿고 맡긴 교육 수요 주체(국민)와의 약속과 신뢰가 존중되어야 하는 곳이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여느 소속기관과 다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서울대나 경북대 같은 국립대 총장이 바뀌어야 하는가? 대학 총장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기능하는 일종의 상징의 자리이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의 그 임기를 지켜주는 것이 학내 동요 없이, 또 총장퇴진을 둘러싼 사회적 소음을 차단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그가 돌아갔고, 이내 감사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환영했다. 종합검진처럼 잘 받으면 그만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건강성이 입증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 검진이 아니라 생체 해부에 가까운 쪽으로 흘러갔다. 감사 기간 중 내가 제일 우려한 것은 총장퇴진을 압박하는, 나에 대한 오물 뒤집어 씌기가 아니었다.

참으로 걱정스럽고 심각한 것은 감사의 과녁이 제도개선이라는 이름으로 한예종 학사조직 개편 내지 리모델링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감사팀의 최종 확인서 28건 가운데 1/3이 넘는 10건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제, 5월 18일 저녁 6시에야 문화부로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종합감사 결과 통보를 받았다.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이 요구된 문서 가운데 U-AT통섭교육 중지, 이론과 축소/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상당수가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본교의 교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 감사 기간 중 이에 대해 사실과 교육학적 근거에 의해 소명한 내용들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교는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이의 신청을 하는 등, 이에 적극 대응해 갈 것이지만, 이미 어떤 방향을 정해 놓고 밟고 가려는 문화부의 저돌성이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이론과를 폐지하고 실기교육을 강화하는 등 한예종 구조 전반에 대한 리모델링을 해당 국/실에서 추진하겠다"는 문화부 감사관 발언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예산집행이나 행정절차에 관한 감사 지적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섬세하고 특수한 예술교육 분야에서 아카데믹 시스템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행정관료들이 손보려 하다니, 나는 거기서 파생될 우리 문화의 전반적인 반달리즘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98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국내외 유수 콩쿨, 각종 경연에서 1위 수상자만 473명에 이른다. 특히 2006년 김선욱의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쿨 우승 이래로 음악, 무용, 건축, 영화,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세계 최정상을 등정하고 온, 그야말로 '창조적 소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교육만으로 그 동안 우리 안에 내재된 세계성을 입증하는, 경이로운 성과들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대 본교는 이제 어느 덧 세계급대학(World Class Univ.)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설립 17년밖에 안된 한예종이라는 이 황금나무의 苗板을 더 이상 흔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제 내 것 네 것에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소중히 해야 할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나는 30년 넘게 미학 책을 읽었고, 또 창작 현장에서 자라난 더듬이를 가지고 앞으로 우리 동시대 예술이 어디로 갈 것 같고, 그래서 우리 예술교육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꽤나 암중모색했다.

지난 3년간 총장으로서 나는 우리 예술교육이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더 앞으로 점프해서 그것을 뒤돌아 보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비전을 한예종 제2 도약을 위한 디딤틀로 삼으려 무진 애썼다 하겠다. 내 역량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퀀텀 점프를 위한 시도가 지금 문화부 감사에 의해 완전히 봉쇄된 지경에 이르렀다.

식물 상태에 빠진 총장직에 앉아 있다는 게 더 이상 의미도 없고, 무엇보다도 나로 인하여 본교에 몰려 있는 수압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오늘 나는 결심했다. 다시금 우리 사회에, 새들도 세상을 뜨는 시간이 도래한 것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직을 사퇴한다.다만 3년 전 본교 교수님들의 민주주의적 총의로 세운 총장직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학교연혁에 중도하차라는 흉터를 남기게 되어, 우리 교수님들, 학생들, 학부모님들께 참으로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2009년 5월 19일 황지우


+황 총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연합뉴스]

--3월초 예술국장 방문이 정부 측의 첫 사퇴압력이었나.

▲당시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사퇴 압력으로 보기는 어렵고 거취를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질문 맥락 속에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나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사퇴 과정에서는 거의 논의되거나 암시하지 않았던 한예종 총장의 퇴진까지 암암리에 원하고 있구나 하는 의미는 전달받았다. 직접적인 사퇴와 관련된 명시적인 말들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문화부가 밝힌 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감사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언론에 구체적인 것들을 말하기가 제한돼 있다. 다만, 이미 언론에 흘러나왔던 부분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발전 기금 유용이라고 지적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07년 발전기금 사무국에서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총장 사진전을 제안해왔고 이를 받아들여 공무 시간 중 틈나는 대로 서울 인근을 찍었다. 필름, 현상ㆍ인화 비용 등 초기비용을 발전기금 측이 대고 사진전을 통해 목표액 10억 원, 현실적으로는 2억-3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기로 계획하면서 준비했다. 발전기금을 현금으로 받을 수 없어 내 카드로 초기비용을 결제하고 비서실에서 영수증을 제출해 처리했는데 중간에 비서가 교체된 시기에 다른 영수증이 섞여들어 갔다. 그 부분이 개인 유용으로 지적돼 있는데 이런 실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과연 총장 퇴진에 이를 만큼 중대한 비리 사실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수긍이 안 되고 이미 감사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소명됐다.

해외여행 부분 중 몽골 두 번, 중국 한 번은 총장으로서 할당된 개인 휴가기간에 휴가 신청해서 간 것이며 현지 대학의 공식 초청을 받아 간 교토 여행은 휴일에 다녀온 것이다. 휴일이더라도 해외 나가면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보고를 못 하고 갔는데 그 지적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

--규정 위반이 사실과 다름에도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고민을 했는데 내가 총장자리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완전히 식물총장이 됐다. 예산, 인사권, 학사운영 결정 등이 거의 동결상태에 있기 때문에 총장직에 머무는 것이 의미가 없다. 또 이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학생들, 교수님들을 제일 먼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나의 도덕적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학교 전체를 볼모로 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시인으로서 자책감도 있었다. 문화부가 일방적으로 리모델링을 한다는 위협 속에서 학교 스스로 자기 갱생력이랄까, 강한 체질이랄까 이런 것들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총장이라고 하는 공직에 있다 보니 발언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제한돼 있었다. 그동안 문인으로서 이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야 함에도 발언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 나로서는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공직이라고 하는 족쇄에서 벗어나서 제 본디 자리로 돌아가서 문제를 제기할 건 제기하고, 절차나 법을 어겨서는 안 되겠지만 한예종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롭고 힘차게 말하고 싶다.

--추진하던 U-AT 통섭교육에 대해 중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작년 3월 유인촌 장관이 학교를 방문해서 가진 첫 업무보고 때부터 장관이 U-AT 통섭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고 이후 지난해 국회에서 통섭교육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그때 국회에서 장관께 'U-AT 통섭원' 계획은 접었으나 교육은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불가피하게 발전기금을 학교 기성회 쪽으로 지원해 9개 시범교과를 5개로 줄이고, 9개 통섭 랩을 하나로 통합한 수준에서라도 교육 과정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감사에서 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퇴는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도 있다.

(연합뉴스)
Posted by 게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