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학부모 가슴을 멍들이지 말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모 호소문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사태의 한 당사자로서 우리 학부모들은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심경으로 호소합니다. 학과, 학교 그리고 우리들 자식의 배움터를 잃는 일련의 위기 상황을 접하게 된 이제 우리는 놀라움을 넘어 분노와 결연한 의지로 나섭니다.

우리는 행정 절차상의 종합감사(행정감사)라는 법적 장치 뒤에서 사악한 일들이 버젓이 꾸며지는 현실을 통곡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자식들과 교수들의 감사 사태 해결 활동을 지켜보던 중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렇게 여러분들께 직접 호소하려고 나섰습니다.

우리 학부모들은 한예종의 교육과 예술이 현정부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알게 되어 분노합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종합감사는 불합리한 조치와 요구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립대학의 총장을 조금이라도 예우하기는커녕 엉뚱한 사안을 업무상 비리로 곡해하고선 중징계를 요구하고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몇몇 교수들을 중징계해서 학교에서 축출하려고 합니다.

강의실에서의 수업과 강론이 神도 범접을 삼가야 하는 신성불가침 활동이듯이 한예종 총장과 교수들은 우리 자식들이 존경하고 가르침을 얻는 소중한 스승들입니다. 그런데 행정감사는 경미한 사안을 빌미로 그 분들께 모욕감부터 안겼습니다. 그것은 한예종의 재학생, 동문 그리고 학부모를 욕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행정감사로써 학제 개편(서사창작과 폐지, 이론과 축소 등등)마저 요구했습니다. 어찌 이런 요구가 감행될 수 있습니까? 행정감사 담당자들은 교육․예술 전문가가 아닌 행정 관료일 뿐입니다. 예술 학교의 학제는 학교 특성에 따라 교육․예술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행정 관료가 학제개편을 지시하는가요? 지금 이 지구상에서 그런 지시가 가능한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이것은 매우 엄중한 교권침해이며 여기서 우리는 이번 행정감사가 한예종 잡기 아니면 죽이기 작업의 서주곡이라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 정권이 문화예술계에서 벌이는 마지막 칼놀음이 한예종일 거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어 우리 어버이들이 결연히 나섰습니다.

 이번 사태에 임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학생들이, 학부모들이 일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장관은 그들과의 대화에서 예사로 반말이고 자전거에 앉은 채로 또는 학부모 몸을 건드리는 그런 모습이 말해주듯이 일말의 예의조차 없었습니다. 일인 시위 학생과 학부모는 한예종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그 만큼 일인 시위는 작아도 무거운 법이며 시위 당사자의 행위는 깊은 판단의 표현입니다. 그럼에도 일인 시위 현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전인수 격의 생고집으로 일관하고 특히 그의 언행은 자신의 오만한 심성을 만천하에 표출했습니다.

 우리 어버이들은 유인촌 장관을 엄중히 꾸짖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말을 삼가야 하는 법이거늘 어찌 한 대학의 대표로 공개 장소에서 시위하는 성인들에게 장관이라는 사람이 반말로 대거리하고 그렇게도 예의부터 없습니까? 우리 학부모를 대표하는 학부모 일인 시위에서도 장관은 예의는커녕 무시하는 태도로 대거리하여 자신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줄 아시나요? 고위 공직자는 민원인을 대하는 언행에서부터 일반 공무원보다 훨씬 진중해야 하는 법입니다.

 우리 어버이들은 유인촌 장관에게 묻습니다. 장관은 일인 시위 현장에서 학부모에게 서사창작과를 잘못된 과라고 고집했는데 도대체 서창과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는 줄 아시고나 있습니까? 한예종 교수들이 바보라서 만들어 놓은 과인 줄 아시나요? 특히 그 학과의 학부모에게 장관이 대놓고 하신 발언을 시민들은 망발로 여기는데, 그 망발을 기억하십니까? 장관은 학부모가 세뇌 당해서 일인 시위를 나간 거라 단정했는데, 그렇게 오만과 무지를 드러내는 데 스스럼이 없는 장관이 도대체 어디에선가 세뇌 당하신 것 아닌가요?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차관 역시 나라의 녹을 받는 사람이 어찌 그리 무지막지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지 기가 막힐 일입니다. 좌파정권에는 좌파 총장이, 우파정권에는 우파 총장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신재민 차관은 책임져야 합니다. 신재민 차관 발언을 따르면 심지어 우파 정권 때에는 우파 학생들만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공무 중립 원칙에 위배되는 이 발언을 우리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신재민 차관은 한예종의 주무 차관으로서 현사태를 악화시켰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 학부모들은 자식의 문제를 통해 현정부의 실체를 인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한예종의 문제가 우리나라 문화 그리고 예술교육의 장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정감사에서 동시에 지적된 U-AT(유에이티) 통섭 사업에 대해서도 학교 측 설명을 듣고 시대 추세를 반영하여 학교 설립 취지와 한국 예술을 풍부하게 살려갈 사업으로서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식들이 한예종에서 시대 추세를 호흡하며 자유로운 상상력과 지성을 연마하길 소원합니다.

 이에 한예종 학부모들은 다음과 같이 결의하고 요구합니다.

 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예종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종합감사에서 지적한 일부 사업 및 학과의 폐지 또는 축소 조치 처분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황지우 총장을 한예종에 하루 속히 돌려드리고 일부 교수들에 대한 중징계 조치를 철회하라.

하나. 유인촌 장관은 일인 시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무례함과 오만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라.

하나. 신재민 차관은 좌파-우파 총장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모들은 위의 요구가 관철 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한예종을 수호하기 위해 연대할 것임을 선언하며 호소합니다.

 
2009. 6. 15.

한예종을 걱정하는 학부모 일동

[게몽]

+ 한예종 학생 비대위
Posted by 게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