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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에 두 학교? 강남·강북 캠퍼스 딴 목소리 [조선닷컴]

동아, 중앙이 열심히 기사를 납품하고 있는데, 조중동의 맏형, 조선왈보가 가만 있을리 없다. 한예종 사태에 대해 '카더라' 정신에 입각한 '나몰라라 아님 말구' 기사를 냈다.
'강남 한예종'이 소외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성과는 음악원과 무용원이 대부분 내고 있는데, 정작 과실은 '강북 한예종'에서 챙긴다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조선닷컴]
'강남 한예종', '강북 한예종'이라는 용어는 굉장히 교묘한 이분법이다. 한예종은 석관동 캠퍼스와 서초동 캠퍼스가 있다. 그걸 남북 대결 구도로 만들었다. 이런 뉘앙스는 '음악원과 무용원을 컨서바토리(Conservatory)로 남기고 다른 원들은 해체하여 다른 대학 또는 기관들과 흡수 통합하여 이전시킨다'는 일부 주장이 전제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내가 이쪽에 문외한이라 한예종이 컨서바토리의 기능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해서 컨서바토리가 실기 기능만 가르치는 곳인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엔사이버 백과사전을 검색해 보니, 그 의미가 좀 다르다.
컨서바토리는 원래 보호시설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conservatòrio'에서 유래한 것으로,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고아들의 보호시설로서 음악교육을 실시한 곳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니까, 고아들이 음악 기능인으로서 사회에 수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 시설로 출발한 셈이다. 엔사이버에 의하면 현재 세계 유수의 컨서바토리들은 이런 음악 실기 기능인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음악학교는 연주실기와 그 이론의 조기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 그 조직을 실질적으로 음악대학으로 승격시키고 연령·입학자격 등도 다른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정하고 있다.
...음악의 전문교육기관이 아니라, 종합대학에 이론만이 아닌 실기과정을 두는 학제가 보급되어 가고 있으며, 대학원도 많이 설립되고 있다. ...조기교육을 목적으로 한 음악학교와 수업연한이 긴 대학원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이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요구는 연주 레퍼토리의 증대와 음악양식의 다양화라는 현상으로 더욱 강화되어 가는 경향에 있다. [엔사이버]

우리나라와 교육풍이 비슷한 일본에도 한예종같은 학교가 있나해서 검색해 봤더니 동경예술대학이라는 대학이 한예종과 비슷한 것 같다. 이미 1887년 설립된 동경음악대학과 동경미술대학을 통합해 1949년에 설립이 되었으며, 컨서바토리의 기능을 미학과 미술사학, 건축과 영상 관련 학과, 음악학 등의 분야로 까지 확장하고 있다. 2008년에는 학교 영문명을 "Tokyo National University of Fine Arts and Music"에서 "Tokyo University of the Arts"로 변경하였으며, 한예종과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제휴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그런데 이 학교 소개 자료 중 특이한 데이터가 있다. 바로 외국인 학생 현황이다.
(확대하려면 그림을 클릭)
한국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참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예종의 설립은 당초 해외 유학을 가야만 했던 예술계 학생들을 국내에서도 교육시킬 수 있도록 하려는 국가적 소명을 갖고 있었고, 그 임무를 백분 발휘하였다고 생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웃나라 동경예술대학에 많은 학생들이 나가있다. 한예종과 마찬가지로 동경예술대학도 순수 실기 교육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예술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경쟁력있는 학습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예종의 발전 방향은 이런 국제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고려되지 않으면, 당초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예술학교가 되려던 꿈이 무의미해져 버린다.

이런 한예종의 날개를 정부가 나서서 꺽으려한다. 해체와 축소가 경쟁력의 답인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그들의 소위 '신자유주의'가 정부 지원으로 잘나가던 학교를 해체하고 축소시켜 시장에 내던져버리는 논리였단 말인가? 자기 밥그릇이 위기라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라. 한예종이 축소되거나 해체되면, 당신들이 과연 그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예술학교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

과학기술계는 카이스트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교육을 국제적 수준으로 크게 끌어올려 국가 경쟁력에 기여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만약, 카이스트가 이렇게 잘나가게 된 것을 다른 공대들이 시기하여 끌어내리고 해체하거나 축소하려고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순수함'은 예술계보다는 기술쟁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었던가?

황지우 총장의 말처럼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우리나라 생존 전략의 양 날개'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자조적으로)
이건 진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그런데 우리는 헐뜯기고 끌어내려지기 바쁘잖아.
그러니까 우린 안될꺼야. 아마.

이렇게 되면, 정말, 안되는 것 아닌가?

[게몽]

+ 아 참! 그러고 보니 서울대도 강북 서울대(의대)와 강남 서울대가 있다. 나 원!
Posted by 게몽 :
한예종 내부기류 '부글부글' - 문화부 감사 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 [연합뉴스]

김채현
한예종 무용과 교수
이론학과 축소, 통섭 사업 중단 등의 문화부의 지침은 학교의 존폐와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
이번 감사는 행정 감사의 통례를 넘어서 수 십 일간 진행됐다. 교육기관에 대해 그렇게 장기간 표적감사를 한다는 것은 그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훼손시키는 것.
앞으로 명예 훼손과 행정 소송 등의 법적 대응, 교권 단체와 연대한 교권 수호 운동을 벌여나갈 것.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디지털 시대에 이론과 실기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시대착오적.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인 만큼 행정 감사는 얼마든지 하는게 좋지만 교육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교육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임웅균
한예종 음악원 교수
한 학교의 얼굴이고, 교수들이 직선제로 뽑은 총장을 그런 식으로 망신을 준 문화부의 감사는 잘못된 것. 교수를 좌파니 우파니 나눌 것이 아니라 실력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면 될 뿐.
미국의 줄리어드나 커티스 음대 등 세계적인 음악 학교들의 경우 교과과정에서 이론의 비중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좋은 예술가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도 이론을 강화해야 할 판.
이꽃별
해금연주자
한예종의 이론 수업이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술을 통해 유희만 추구하는 건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대중과 소통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예술의 길을 걸을 수 없을 것.

이런 상식적인 얘기를 위해 토론회를 개최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젠 좀 더 고차원적인 것, 미래 지향적인 것, 우리나라 예술 교육의 백년을 얘기해 보자.

[게몽]
Posted by 게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