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은 내가 실타래의 촛불 배너를 교체하면서 그린 것이다. 오른쪽의 숫자는 차기 자치단체장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 선거 일정(야...정말 멀다...)이고, 왼쪽의 문구는 그저 그 일정에 맞춰 현재의 정부를 점유하고 있는 나와 정치적 방향성이 상극인 사람들이 선거의 결과로 조용히 물러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준비한 마지막 예우의 말이다.
굳이 기존의 실타래 배너를 교체한 이유는 촛불의 그 다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시민들이 거의 매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촛불이 벌써 몇 달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인가? 과연 달라진 것이 있는가?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는 얼마전 은퇴에 즈음해 촛불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의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주장한 바가 있다. 이 주장은 다른 진보 논객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혐오해 마지않는 MB 정부도 알고보면 국민의 반 이상의 지지로 당선이 되었다.(도대체 왜!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룰은 룰이다. "현 정부 퇴진"이라는 구호가 답답한 마음의 표출이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막가자는 상황이 온다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노 정권때 대통령 탄핵을 들고 나왔던 예를 보자. 임계치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뒤집는 얘기를 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한 짓이며, 설사 뒤집는 이론이 우세하더라도 사회적 안녕을 우선함에 있어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파장되는 사회적 갈등과 손실에 대한 손익 계산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촛불이 한계는 있지만, 가치가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계가 있으므로 새로운 대안이 빨리 모색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운동이 새로운 시민 정당화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반한나라당이라는 기치말고는 한나라당과 별 정치사회적 기반이 달라보이지 않는 민주당이나, 좌파로 치부되어 버려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진보당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말 영향력있는 시민 정당으로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촛불2.0이 아닐까.
촛불2.0은 좌파이념같은 정치 이념이 아니다.(대부분의 촛불 참가자들은 어찌보면 태극기를 흔들고 자주외교, 자주경제를 주장하는 지극히 우파적인 애국주의자들이다.) 그저 안전한 쇠고기를 먹자는 것에서 출발한 것 아닌가(물론 MB 정부의 주옥같은 무개념 정책들이 허다하다만). 나는 어려운 정치적인 이론보다 사회적인 것, 문화적인 것에 기반한 정당화를 희망한다. 그것이 녹색당이 되어도 좋고, 경제주권당이 되어도 좋다. 목적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대다수가 자유롭고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세대를 거쳐 영원히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되겠다. (경제 성장 6%가 아니다. 이 멍청아!)

그런데, 눈앞에 닥친 촛불1.5은 다름아닌 투표다. 우리의 룰, 대의민주주의의 룰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설이 길었지만 실은, 오늘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아침에 못하신 분들, 저녁 8시까지니까 일찍 퇴근해서 투표해주시길 바란다.

[게몽]
Posted by 게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