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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성명 제1호

 

5월 18일(월) 저녁, 이례적으로 무려 6주에 걸쳐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대한 종합감사결과가 기습 통보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통보를 통해 황지우 총장과 일부 교수들에 대한 중징계 및 이론과 축소/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U-AT 통섭교육 중지 등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 과정 중 제시한 각종 소명자료들이 모조리 묵살된 채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가 도출됨으로써, 이번 감사가 이명박 정권 출범 이래 문화체육관광부가 솔선수범해 온 소위 코드인사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사립대 예술학과 교수 출신인 장관이 일부 이해집단의 요구를 편파적으로 수용한 결과는 아닌지, 또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국공립대학 법인화를 주축으로 하는 현정권의 대학 구조개편 계획의 시험대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등의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축소/폐지 대상으로 지목된 이론관련 학과는 음악학과, 연극학과, 영상이론과, 무용이론과, 미술이론과, 한국예술과, 예술경영학과와 서사창작학과로 모든 원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예술사와 전문사를 통틀어 상당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각 학과는 척박한 현실 가운데 이론, 비평, 기획, 경영 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하며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는 동시에 예술 실기교육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런 성과와 가능성을 외면하고, 또 최소한의 교육적 배려도 배제한 채,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운영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는 일부 학과나 교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각 원의 분리 및 지방 이양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해체를 둘러싼 저간의 풍문이 현실화되는 서막에 불과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해체 음모의 징후는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19일 밤 변희재의 "빅뉴스"에 실린 "부실집단, 한예종 개혁의 깃발이 올랐다"라는 제하의 기사는 그 좋은 예다. 문화미래포럼측 인사들은 "대체 영화의 영재 교육이라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한예종은 정확히 스쿨의 개념으로 예술 실기 영재교육기관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연극원, 무용원 등은 음악원으로 통폐합하고, 미술원과 함께 두 개 단과면 충분하다, 특히 전통예술원은 기존의 국립기관들이 많기 때문에 한예종에 있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망발을 서슴치 않는가 하면, 심지어 "감사결과를 토대로 한예종의 개혁을 위한 설치령 개정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어떤 연관도 없는 이들이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친절하게 어느 원을 살리고 죽일지까지 훈수하는 방약무인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이 입맛대로 개정되어 거대여당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저들이 교수로 또는 총장으로 부임하는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마저 돋는다.

 

이에 영상이론과 재학생 일동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납득키 어려운 감사결과 통보조치로 촉발된 일련의 상황을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이래 초유의 위기로 진단하고,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모든 주체들이 힘과 슬기를 한데 모아 이 위기에 공동 대처할 것을 호소한다. 그리고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해체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작금의 사태를 논의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학생총회 개최와 예술사·전문사 과정의 모든 단위를 망라하는 비상대책기구를 시급히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영상이론과 재학생 일동은 향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외압에 의한 일체의 인위적 교육과정 폐지/축소 시도에 대해 필요하다면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의 연좌농성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연히 맞설 것이며, 부당한 감사를 기획하고 수행한 책임자들과 이를 배후 조정하고 있는 불순한 정치세력에 대한 민·형사 및 도의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해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우리는 일개 행정행위에 불과한 산하기관 감사가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지닌 대학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구체적인 학과명을 적시하면서까지 교육과정 폐지를 요구한 국내외 유례가 있는지, 또한 이런 조치가 과연 교육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한다.

 

둘째, 우리는 과의 축소 내지 폐지라는 중대 사안이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과의 어떠한 사전논의나 양해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그것도 감사결과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언론보도를 통해 단편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현실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우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열한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행정절차법에 따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종합감사결과 및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된 제반 정보를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우리는 "이론학과를 폐지하고 실기교육을 강화하는 등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구조 전반에 대한 리모델링은 해당 국·실에서 추진할 예정"이라는 최종학 감사관의 언급에서 보듯, 문화체육관광부가 암암리에 추진하고 있는 관료 주도의 한국예술종합학교 구조개편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전문연구조사 및 학내외 공청회 등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타당성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장기 발전방안을 새로 수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9년 5월 19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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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게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