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협동과정 성명서



5.19일 갑작스런 본교 황지우 총장의 사퇴 기자회견이 있었다. 본교를 타겟으로 한 외부의 움직임은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학생들 역시 그간의 일을 몰랐던바 아니다.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우리는 믿어왔다. 바로 어제까지 말이다. 설치령의 이름으로 나라 법에 규정되어진 학교의 설립이 이렇듯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감사의 결과 통보는 거대한 전복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일 뿐이다. 황지우 총장은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사태했다. 이는 총장 개인의 신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총장자리 다음에는 학교를 내놓으라고 할 판이다. 우리는 국립예술학교의 학생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국민이 당연히 가져야 할 주권을 강탈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교육받을 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한다. 한예종은 기존의 예술교육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교육부가 아닌 문화부에 소속된 예외적인 교육기관이다. 시기도 구설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방법은 '예술'이었다. 짧은 기간 실력으로 이룩한 성과는 누구도 쉽사리 폄하할 수 없을만큼 대단하다. 그러나 이 모두가 단지 학교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0일 교학협의회를 통해 학교 측에서는 이로인해 '학교의 교육과 연구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전했다. 17년동안 다져온 토대를 6주만에 무위로 되돌리려는 불순한 시도에 우리는 침묵하고 있어야 마땅한가. 이 사태에 대해 당사자인 본교 학생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성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얼 위해 공부하는 것인가.



현재, 18일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후 학교에서는 대응팀이 꾸려진 상태다. 당장 한달 안에 감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해야한다. 문제가 된 12건 중에 6건은 세밀한 지칭에 대한 교정과 강화의 문제다. 그리고 교수나 총장의 신상 관련 문제가 1건, 우리가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하는 것은 나머지 5건이다. 여기에는 단적으로 이론과 축소·폐지 서창과 폐지 등의 조항이 있다. 이는 학교의 커리큘럼으로 기본적인 제량권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교권이 침해당했음은 명백하다. 그들의 논지는 몇몇 과들이 실기 교육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설립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정에는 실기학습을 중심으로 실기와 이론을 병행하여 인재를 만들어 낸다는 문구 역시 명시되어 있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석의 여지를 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그들이 감사의 결과를 통보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관점을 천명했다는 사실이다. 한 달의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면 이후 우리는 그들의 통보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만약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감사 결과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경우 문화부에서는 설치법에 대한 개정안을 상정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게 될 것이다. 공청회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문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임을 감안할 때, 순간의 안일함에 난도질당할 학교의 모습은 상상되고도 남음이다.



협동과정의 경우 현재 완전한 시스템의 구축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 장기 계획으로 구조화되어 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정부 예산의 삭감을 이유로 제대로 운영되어 보지도 못하고 U-AT랩은 폐지되었다. 성과물의 퀄리티가 형편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기준도 심사 위원도 모호하다. 어쨌든 그로인해 협동과정의 체계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예산 삭감 역시 감사 이후의 폐지 조치를 위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협동과정은 원 단위로 구성되어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던 본교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여러 과와 구성원 간 의 허브 역할을 지향해왔다. 실제로 협동과정에서 개설되어 져 통합 교과로 운영되는 모든 과목이 특정 원을 망라한 학생들의 수업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실기와 이론의 상호작용이 이뤄져야만 각성된 예술 작업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예술의 완성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지성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도 협동과정의 존재이유다. 무엇보다 협동과정은 기존 장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이질적인 예술 체험으로 새로운 시대, 색다른 예술 장르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실기과 위주의 재편성을 하려고 하는 그들의 근시안적 태도를 비웃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세계적인 성과를 내온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WCU(World Class Univ.)가 아닌 WLU(World Leading Univ.)다.



항간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학교의 해체방안과 해체 후의 분배문제에 대한 컨텍스트는 단지 근거없는 소문이 아닌 신빙성 있는 사실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언서처럼 이상하리만큼 순차적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에 의해 작성된 시나리오는 한예종의 전복으로 끝이난다. 눈뜨고 당할쏘냐, 학교의 얼굴은 학생이다.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외부의 적에 대항하여 모든 학우들은 위기의식을 가져주길 호소한다. 단결된 의식이야 말로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안이다.



2009년 5월 20일

협동과정 학생회 01033415443
Posted by 게몽 :